안녕하세요 효댕입니다 :D 
지금은 일본으로 가는 배 위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글이 올라갈 때에는 아마 입사 전 날이 아닐까 싶네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직 준비를 하고 있을 땐 이것도 열심히 공부하고 저것도 공부하고 계획도 짜고 거창한 계획들이 많았는데, 막상 입사일이 정해지고 나니 출근 전 뽕을 뽑아야 한다며 어디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ㅋㅋ 이것이 K-직장인이다....! 


글또 9기에 참여하게 되면서 첫 글은 뭘 쓰는 게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글또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고민들을 보면서 저 또한 겪어왔던 과정이었기에 마음에 남았던 고민들을 위주로 제 경험을 풀어 써 볼까 합니다.  

이 글은 저와 같이 퇴사를 고민하시는 분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물경력이 될까 불안하신 분들,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물론 정답도 아니지만 저의 경험을 풀어냄으로서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ㅎㅎ 

슬랙에 올린 저의 자기소개입니다  

 

📍 커리어의 시작

위의 글대로 저는 첫 커리어를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는데요. 일반 스타트업도 아니라 무려 의료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조금은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부산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좀 있어서 부산을 위주로 회사를 찾아 보게 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네트워킹이나 기술 트렌드에 관련한 의식 자체가 없었던 시기라 아 재미있겠는데? 하면 뛰어들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저의 첫 회사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고 일단 의료 분야라는 경험하기 힘든 분야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마음을 이끌었고, 대표님과 함께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을 때 도전을 많이 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 합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당시 저의 주력 분야는 영상처리였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웹도 만지게 되고 데이터도 다루게 되고 Dicom이라는 의료 영상에 대한 학습도 하고 어떻게 보면 여러 분야에 대해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준(?) 회사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 선임의 부재, 갈팡질팡하는 기획, 방대한 분야의 프로젝트, 내가 여기에 계속 시간을 투자해도 되는 걸까......?

입사 당시 개발자는 저와 유니티 개발자 두 명만 있었고 개발 팀장님은 PM을 위주로 담당하셨기 때문에 전반적인 설계는 팀장님과 대표님이 하셨고 개발은 각자 개발자들이 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받은 설계 문서는 개발 아키텍처의 설계 문서가 아니라 기획 전반의 설계 문서였습니다. 그래서 그 문서를 보고 제가 어떤 식으로 개발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하고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프레임워크를 선택하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구글링을 하거나 주변 개발자 커뮤니티나 오픈채팅을 전전하며 의견을 묻고 참고해서 결과물을 만들고는 했어요 😅 

지금 생각하면 비즈니스 아키텍처를 설계하실 수 있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당시에도 요청을 드렸었지만 기존에 있는 자원들로 진행을 해 보자는 말에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즐기자 그래 찾아보자 해 보자 하면서 달려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회사 업무가 너무 많거나 본인에게 너무 많이 쏠린다 싶으면 언질이라도 한번 해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말해도 팀장님이 파이팅 소리만 해 주셨지 어차피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서 안 좋은 생각보다는 그래 이렇게 하면 내가 더 좋은 거지 경험 쌓는 거지 하면서 했었던 것 같아요. (피하지 못 하면 즐겨라.... 🤣)


시행착오를 참 많이 겪었었어요 ㅋㅋ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면서 얻은 것들도 많았어서 그때 실시간으로 좀 기록을 해 두었다면 더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조금 들기도 합니다.  하여!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기록해 보려구요.

 

제가 담당한 프로젝트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의료 데이터 분석 플랫폼(오픈소스) 운영 및 유지보수
2️⃣ 의료 데이터 ETL 및 데이터 베이스 관리 
3️⃣ 클라우드 운영
4️⃣ 국가 과제 관련 웹 개발 프로젝트
5️⃣의료 영상(Dicom) 기반 라벨링 프로그램 개발 
6️⃣ Dicom 분석 및 AI 모델 개발
7️⃣ 회사 자체 서비스 기획 및 설계, 개발

 

재직하고 1년이 넘어가던 시점에 제가 맡게 된 프로젝트가 꽤 많아졌습니다. 2명의 개발자를 더 채용하기도 했고요. 일을 하면서도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의무감으로 그냥 하는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가장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은 7️⃣번이었습니다.  1️⃣~ 6️⃣ 번은 사실 7️⃣번을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라도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서비스를 위해서 다져놓고 있는 발판들이었거든요.

 

저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고 실제 유저와 소통하고 싶었으며 들어오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성장해 가는 회사를 꿈꿨는데 계속 무산이 되었습니다. 개발을 시작도 해 보지도 않고 기획이 엎어져가는 모습에 지치기도 했고 의미를 잃어가고 의지가 없어지더라구요. 또 개발자가 늘어나면서 협업의 여지가 있었으나 협업을 하는 게 아니라 1인 1프로젝트 식으로 담당을 했기 때문에 협업도 잘 하지 못했어요. 거기다 이외의 일들이 꽤 힘에 부치고 힘들었어도 서비스 개발은 시작도 안 했으니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했었는데 점점 흐지부지되는 걸 보면서 여기서 더 이상 경력을 쌓으면 시간 낭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퇴사를 결심했고, 그로부터 3개월 뒤 회사를 정리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조금이라도 서비스에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전 퇴사를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이직을 하지 않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feat. 잘 퇴사하는 법

퇴사를 결심했을 때 당장 이직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퇴사 준비를 하면서 인수인계 겸 이력을 정리하는데 스스로도 성에 안 차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컷이 높아진 신입 개발자의 능력이라던지, 회사에서 바라는 경력자들의 경험이 저와 부합하는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워낙 많은 분야를 얕게 진행했다 보니 백엔드로 직무 이직을 할지, 데이터 엔지니어로 이직을 할지, 데브옵스로 이직을 할지 너무 고민이 되었어요.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에..... 경력이 햇수로 3년이 되어 가는 입장에서 다음 회사를 잘못 갔다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아서 정말 조심에 조심을 가해서 섣부르게 움직이지 말자는 것이 저의 다짐이었습니다. 

휴학도 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달려와 일을 하고, 지금 이 시기가 제가 쉬면서 나를 알아가고 삶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은 솔직히 없었어요. 저는 제가 누구보다 잘 헤쳐나갈 거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ㅋㅋㅋ 그리고 실제로 정말 잘 놀고 잘 헤쳐나갔고, 저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거의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경험을 했습니다. 퇴사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하지만 통장 사정을 잘 보면서 퇴사를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 계산까지 다 고려하고 퇴사를 했답니다. 

건강한 퇴사를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나의 현실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면서 지금 퇴사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하고 지금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서 발전의 여지가 일말이라도 있다면 조금은 존버하시고 개인 이력서를 더 다듬어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퇴사 전에 그렇게 하지 못해서 그게 제일 후회가 되긴 했어요. 기록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서 기록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었습니다. 기록을 하게 되면 부족한 점이 보여서 그걸 스스로 더 보완할 수 있는 보충제가 되더라구요.

 

📍 퇴사 후 마인드셋 feat. 무기력할 때 대처법

막상 퇴사를 하고 이직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해 보니 취준생, 수험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취준생 시기를 거치지 않고 졸업도 전에 입사를 했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회사 취업을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생각보다 이게 혼자 준비를 하면서 불안함도 많아지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떨어지고 그렇더라구요. 

저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어요. 정말 추천드립니다. 개발 관련 네트워킹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아니어도 좋아요. 저는 어떤 독서 모임에 나갔었는데 거기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각자 삶을 대하는 자세를 들으면서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이렇게도 삶을 꾸려나갈 수가 있구나 하는 시야들이 보였어요. 하나 예를 들자면 아, 회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었거든요. 정말 많은 용기와 힘을 얻게 됩니다. 
불안하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고민 상담도 많이 하시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보세요! 

그리고 면접에 대해서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는 위에서 말했듯이 연차에 부합하지 않는 실력이라 생각해서 준비가 다 될 때까지 이력서를 넣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자신이 없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렇게 이직을 준비하다 보면 끝이 안 보입니다. 혼자 준비하면 부족한 부분밖에 안 보이거든요. 이건 이직 준비가 아니라 신입 취업 준비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떨어지더라도 면접을 정말 많이 보면서 내가 어느 부분만 조금 더 채우면 될지 계속 피드백을 들으면 길이 보입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있잖아요. 저희는 면접에서 깨질 용기가 필요합니다 ㅋㅋㅋ 깨져도 일단 가는 겁니다. 그렇게 부딪혀야 멘탈도 강해지고 실력도 쌓아지고 용기가 생겨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볍게라도 이력서 넣으면서 본인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세요. (저는 많이 놀아서 솔직히 개발 실력적으로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그렇게 해서 진짜 가고 싶은 회사는 그런 일들을 다 겪은 후에 마지막으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넣어 보는 겁니다. 저는 아직 넣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걸릴 것 같아서요 ㅋㅋ 언젠가 때가 올 때를 기다리며...... 

 

📍 이직 완료. 회사를 고른 기준이 있다면?

면접을 보면서 제가 염두에 둔 마음 속의 기준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백엔드도 공부해 보고, 데이터 엔지니어도 공부를 했는데 저는 데이터 쪽이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데이터 엔지니어 위주로 공고를 찾았습니다. 

1. 회사의 서비스가 명확할 것 
2. 나의 직무가 명확할 것 
3. 재택 가능 or 부산 기업
4. 나의 성장 가능성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함께 우상향을 그릴 수 있는지
5. 재미있는 거 하고 싶다

이것이 저의 이번 이직의 기준이었습니다. 

최종 합격한 회사는 ETL/BI의 직무로 저에게 바라는 것이 명확하였고 내부 사정을 들어보니 레거시 덩어리를 클라우드로 이전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어왔습니다. 고민도 하지 않고 제가 경험할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면접관 분들과 기술 이야기만 하다가 면접이 끝나버렸네요 ㅎㅎ 이전과는 다르게 저도 성장했고 같이 고민할 팀원들도 많다고 하니 아무래도 부산에서는 이런 경험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 꽤나 기대가 됩니다. 

 

📍 글을 끝내며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 적고 싶은 말이 많았었는데 두서 없이 써내린 것 같기도 하고... 나름 가독성 있게 쓰고 싶은데 문단을 잘 나눴는지 괜찮은지 당장은 영 어렵네요 ㅋㅋㅋ 

제 글을 읽고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싶으신 분들이나 고민 상담하고 싶으신 분들 있다면 얼마든지 커피챗 연락 주시면 바아로 들어가겠습니다 🐥

모든 개발 종사자 분들, 취준생 분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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